상담에서 대화의 궁극적 목적은 내담자의 변화에 있다. 이때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 느낌, 의도, 동기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한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부터 자아실현과 같은 수준의 변화까지 모두 포함한다. 상담에서의 대화가 내담자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상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담자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대화의 일반적인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상담자가 보여 주어야 하는 태도에 대해 살펴본다.
대화의 일반적 특징
인간의 대화는 세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구조, 대화의 의미, 그리고 대화의 행동적 측면이 그것이다. 대화 구조와 의미는 주로 언어학자에 의해 연구되는 분야이며, 상담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은 대화의 행동적 측면이다. 잭슨의 정신건강연구소 안에 세워진 단기 치료센터에서 대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변화를 연구한 바를 라비크에 의하면 대화는 행동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대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 목적하는 층 번호를 누른 후 아무 말 없이 올라간다. 이 두 사람은 대화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대화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지금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냐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화는 언어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때로는 비언어적 측이 더 중요시되기도 한다. 언어적 의사소통 즉 디지털 의사소통은 일정한 규칙을 수반하는 단어들이 연결되는 데 반해, 비언어적 의사소통, 즉 아날로그 의사소통은 일정한 규칙이 없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의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의 불일치가 나타난다면, 상담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대화는 ‘내용’과 ‘관계’의 두 요소로 구성
어떤 남편이 아내에게 “여보, 밥 줘”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남편은 아내에게 “여보, 밥 좀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둘 다 밥 달라는 내용은 같지만 메시지 속에 숨어 있는 두 부부의 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전자의 부부관계는 남편이 아내보다 힘이 센 관계이며, 후자의 부부관계는 아내가 남편보다 힘이 센 관계라는 것을 메시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의사소통에서 대화 당사자의 역학관계에 관심을 가진 레일리에 의하면, 대화 당사자 간에 힘의 우열이 있는 경우 상보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비슷한 경우엔 경쟁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화 당사자의 역학관계는 변화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의사소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화에서 내용은 주고받는 정보를 의미하며, 관계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대화를 통해 상담할 때 대화의 내용과 관계 차원을 동시에 들여다보면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대화의 연속성을 자기 마음대로 끊어서 이해
부부가 상담받으러 왔다. 아내는 “우리 남편이 매일 술을 먹고 들어오니 제가 남편에게 술 좀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있겠어요?”라고 말한다. 남편은 “우리 와이프가 매일 잔소리를 하니 내가 열받아서 술을 안 먹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말한다. 부인의 잔소리와 남편의 술 먹는 행동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 연결된 것인데, 부인과 남편은 그 연결된 상태에서 자기 편한 대로 마침표를 찍어서 이해하고 있다. 이 현상을 ‘구두점의 원리’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절대적인 원인이고,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절대적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원인과 결과는 서로 연결된 순환적 인간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한 개인이 전달하는 부호는 그의 내적 경험이나 욕구와 일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예컨대, 기분 나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내담자가 표현한 부호를 상담자가 해독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내담자의 경험 세계를 왜곡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적극적으로 경청, 반영, 확인, 탐색 등의 방법을 동원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수용하는 성숙한 마음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또한, 상담자는 자신의 언어, 태도, 행동의 표면적 의미보다는 그것을 내담자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담에서의 대화 기법
상담에서 대화는 변화의 일차적인 도구이다. 주로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상담자는 듣는 방식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은데,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기도 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때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상담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일까? 너무 일찍 조언하는 것이다. 상담자의 조언과 충고가 효과를 거둘지 여부는 전달 방식에 달려있다. 그러나 상담 초기의 조언은 대부분 내담자에게 적합한 것이 되기 어렵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주어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시도해 보고 성공하지 못한 방안을 상담자가 다시 준다면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내담자의 요구에 따라 조언하는 경우에는 내담자의 조종에 말려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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