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목표
인지치료를 하는 상담자들은 구체적인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이,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대안적으로 해석하도록 도와주는 데 관심을 가진다. 엘리스의 합리, 정서, 행동치료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의 역기능적인 행동이나 감정의 원인이 되었던 비합리적 사고를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보다 융통성 있는 사고로 대치하도록 해주듯이, 내담자의 인지적 과정에서 발견되는 역기능적 도식과 신념, 사고과정의 인지적 오류와 왜곡을 수정하도록 도와 생활상의 여러 상황과 사건을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합리, 정서, 행동치료에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서 완전하게 수용하기는 하지만,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온정적인 관계 형성이나 공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에 비해 벡의 인지치료에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개방적 태도, 공감적 태도를 통한 친밀한 관계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담과정과 기법
인지치료에서 상담의 요체는 절대적이고, 도덕적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을 다양하고 상대적이며, 비판적이고, 변경할 수 있는 인식으로 바꾸는 것, 인식의 왜곡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지치료의 과정은 첫째, 내담자가 자신의 어떤 사고를 하고 있는지 자각하게 하고, 둘째, 내담자가 자각한 생각이 현실적으로 왜곡된 것인지 검증하게 한다. 셋째, 현실적 근거가 없는 왜곡된 관념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나은, 융통성 있는 관점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며, 넷째, 새로운 인지 반응과 행동 반응을 연습시키고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경감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엘리스의 합리, 정서, 행동치료에서 논박이라는 주요 기법 이외에 다양한 정서적, 행동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지치료에서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역기능적 인지 도식, 자동적 사고, 인지적 오류와 왜곡을 수정하기 위해 다양한 인지적, 행동적 기법을 병행해서 사용한다. 즉, 내담자의 부적응적인 인지 내용과 태도를 규명, 탐색, 검토, 토론하는 다양한 인지적 기법과 구체적 행동계획 및 단계적 활동 과제를 연습하도록 하는 행동적 기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켈리의 개인구념이론
개인구념이론은 켈리가 주창한 성격이론이자 상담이론으로, 그의 저서 '개인구념의 심리학'에 잘 나타나 있다. 구념은 개념과 구분된다, '개념'은 명백하게 인식되고 지적 과정을 통해서 정련된 것으로 의식적이며, 지적 활동의 단위가 되는데, 반면 '구념'은 의식이 덜 되거나, 전혀 되지 않은 심리적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켈리에 의하면 구념은 세상을 바라보는 유형이나 판형이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구념을 개인구념이라고 부른다. 다르게 말하면 구념이란 개인이 경험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고의 범주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구념은 인지발달이론가인 피아제가 인간의 인지구조의 기본 단위라고 말하고 있는 도식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켈리에 의하면 인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측하는 데 적합하지 않지만 계속 그 눈을 고집하여 갖고 있게 되면 병이 생긴다고 한다.
구념적 대안주의
켈리의 개인구념이론이 전제하는 철학적 가정은 구념적 대안 주의이다. 구념적 대안 주의란 사건이나 현상은 개인의 해석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해석되므로 그것을 구념 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상을 경험하면서 이해하고 판단하고 해석하는 데 여러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이나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해하고 해석한 결과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이해하며, 설명하며 살기 때문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해석된 세계는 다 다르다. 이러한 관점은 현상학적 관점과 유사하다. 후설에 의해 창시된 현상학에서는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이미 그 자체로 질서와 법칙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질료의 세계'를 개인이 자신의 신체적 주관으로 지각하고 이해하여 자신의 머릿속에 해석해 놓은 '생활세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세상을 살면서 이러저러한 사건과 현상을 접할 때 자신의 주관에 의해 사건과 현상을 지각하고 해석한다는 뜻이다. 켈리에 의하면 인간의 현실지각은 언제나 해석에 따라 변화한다. 인간이 현재의 현상에 대해 품고 있는 사상, 신념, 가치는 변화되어 가고 다른 해석으로 대치되어 가는데, 객관적 세계, 절대적 진리는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다. 이러한 생각은 지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구성주의 철학 및 심리학과 일맥상통한다. 구성주의에서는 지식을 개인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보며, 지식의 구성과정에서 개인의 능동적인 참여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여러 학문 분야에서 탐구하고 있는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현상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해석을 찾아내는 일이 학문 추구의 목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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